[베이비 뉴스] 엄마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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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217회 작성일 19-07-22 16:48본문
엄마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게작은 잘못이라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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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윤이와 엄마의 생각 키우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
아홉 번째 이야기 – 잊지 말자! 엄마도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게.
한 달 전에 쓴 칼럼이다. 써 놓고 차마 올릴 수가 없었다. 혹시나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생각될까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점점 세월호 사고를 잊혀가는 모습에 용기를 내었다.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조용히 없었던 일로 돼버릴까 사실은 나도 두렵다. 그냥 지나간다면 내 아이에게도 이런 사건은 또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엄마로서 용기를 낸 것이다.
나는 안산 시민이다. 그리고 6살, 4살 두 아이의 엄마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온 국민의 마음이 비슷할 터이고 특히, 안산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울 것이다. 사고 후 버스를 탔을 때 들렸던 앞좌석 할머니의 한숨소리, 뒷산을 산책하며 들리던 부부의 안타까운 대화, 삼삼오오 모일 때 마다 분노하며 성토하는 외침들. 내가 사는 곳곳에서 아직도 탄식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제 탄식을 넘어 우리가 해야 할 바를 찾고 있다.
사고 첫날 아이들과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윤이는 계속 무슨 일인지 엄마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그날은 암초에 부딪쳐 그런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며칠 후 윤이는 자신이 본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화살표로 배가 가라앉은 방향과 단계적으로 가라앉는 상황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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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의 사고 상황을 그린 윤이 ⓒ황유순 |
(세월호 그림을 엄마에게 보여주며)
윤이 : 처음에는 창문만 보였어. 두 번째는 꼬리만 보였어. 세 번째는 완전히 가라앉았어.
윤이에게 다시 바위에 부딪쳐서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고장 난 배여서 가라앉은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엄마의 설명을 듣자마자 윤이는 질문을 던졌다.
윤이 : 고장 났는데 왜 탔어?
엄마 : ... 그렇지... 왜 탔을까? 사람들은 고장난지 모르고 탔대.
윤이 : 어른들도?
고장 났는데 왜 탔냐는 윤이의 첫 질문에 뜨끔하였다.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도 타면 안된다했고 차가 고장 나도 타면 아주 위험하다고 가르쳤는데... 윤이는 당연히 고장 난 것은 타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 지극히 정상적인 질문에 왜 어른인 나는 부끄러워해야 했을까? 나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하지 말라 하며 어른들은 버젓이 행하는 그런 못된 어른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두 아이의 재롱을 보며 미소 짓다가도 문득문득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다 키워 그 컴컴한 바다에 놓쳤다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사고이후 난 일상을 더 소중히 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나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잘못은 묻어둔 채 두 아이의 잘못만 고치려했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한 시작점은 바로 이것이다. 나의 작은 잘못이라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행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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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0일 정부합동 분양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안산문화광장까지 침묵행진을 했다. 둘째 유모차를 밀고 때때로 큰아이를 업고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무게가 덜어진 느낌이었다. ⓒ정상숙 |
6월 20일, 안산 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모임에 아이들과 참석했다. 중간에 비가 내렸다. 우산을 가지고 온 사람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쓰기도 했고 조그만 우산 하나에 세 명이 한 둥지를 틀기도 했다. 앞에서 공연하던 밴드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어 주었다.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이 아직도 힘들어하는 실종자와 유가족, 생존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조그만 힘이 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