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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베이비 뉴스] 엄마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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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217회 작성일 19-07-22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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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게작은 잘못이라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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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4-06-23 09:04:27

[연재] 윤이와 엄마의 생각 키우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

 

아홉 번째 이야기 – 잊지 말자!  엄마도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을게. 


한 달 전에 쓴 칼럼이다. 써 놓고 차마 올릴 수가 없었다. 혹시나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생각될까봐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점점 세월호 사고를 잊혀가는 모습에 용기를 내었다. 아직 해결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조용히 없었던 일로 돼버릴까 사실은 나도 두렵다. 그냥 지나간다면 내 아이에게도 이런 사건은 또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엄마로서 용기를 낸 것이다.

 

나는 안산 시민이다. 그리고 6살, 4살 두 아이의 엄마이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아마도 온 국민의 마음이 비슷할 터이고 특히, 안산시민들의 마음은 더욱 무거울 것이다. 사고 후 버스를 탔을 때 들렸던 앞좌석 할머니의 한숨소리, 뒷산을 산책하며 들리던 부부의 안타까운 대화, 삼삼오오 모일 때 마다 분노하며 성토하는 외침들. 내가 사는 곳곳에서 아직도 탄식의 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리고 이제 탄식을 넘어 우리가 해야 할 바를 찾고 있다.

 

사고 첫날 아이들과 뉴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윤이는 계속 무슨 일인지 엄마에게 설명을 요구했고 그날은 암초에 부딪쳐 그런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며칠 후 윤이는 자신이 본 상황을 그림으로 나타냈다. 화살표로 배가 가라앉은 방향과 단계적으로 가라앉는 상황까지 자세하게 설명했다.

 

세월호의 사고 상황을 그린 윤이 ⓒ황유순
세월호의 사고 상황을 그린 윤이 ⓒ황유순

 


(세월호 그림을 엄마에게 보여주며)

 

윤이 : 처음에는 창문만 보였어. 두 번째는 꼬리만 보였어. 세 번째는 완전히 가라앉았어.

 

윤이에게 다시 바위에 부딪쳐서 가라앉은 것이 아니라 고장 난 배여서 가라앉은 거라고 설명해 주었다. 엄마의 설명을 듣자마자 윤이는 질문을 던졌다.

 

윤이 : 고장 났는데 왜 탔어?

 

엄마 : ... 그렇지... 왜 탔을까? 사람들은 고장난지 모르고 탔대.

 

윤이 : 어른들도?

 

고장 났는데 왜 탔냐는 윤이의 첫 질문에 뜨끔하였다. 자전거가 고장 났을 때도 타면 안된다했고 차가 고장 나도 타면 아주 위험하다고 가르쳤는데... 윤이는 당연히 고장 난 것은 타면 안 된다고 알고 있는데 이 지극히 정상적인 질문에 왜 어른인 나는 부끄러워해야 했을까? 나도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어른들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는 하지 말라 하며 어른들은 버젓이 행하는 그런 못된 어른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두 아이의 재롱을 보며 미소 짓다가도 문득문득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다 키워 그 컴컴한 바다에 놓쳤다 생각하면 간담이 서늘해진다. 사고이후 난 일상을 더 소중히 하고 감사하게 되었다. 나와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어른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잘못은 묻어둔 채 두 아이의 잘못만 고치려했던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세월호 사건을 잊지 않기 위한 시작점은 바로 이것이다. 나의 작은 잘못이라도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행동하자.

 

5월 10일 정부합동 분양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안산문화광장까지 침묵행진을 했다. 둘째 유모차를 밀고 때때로 큰아이를 업고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무게가 덜어진 느낌이었다. ⓒ정상숙
5월 10일 정부합동 분양소가 있는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안산문화광장까지 침묵행진을 했다. 둘째 유모차를 밀고 때때로 큰아이를 업고 걸어도 전혀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의 무게가 덜어진 느낌이었다. ⓒ정상숙

 


6월 20일, 안산 문화광장에서 열리는 촛불모임에 아이들과 참석했다. 중간에 비가 내렸다. 우산을 가지고 온 사람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모르는 누군가와 함께 쓰기도 했고 조그만 우산 하나에 세 명이 한 둥지를 틀기도 했다. 앞에서 공연하던 밴드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어 주었다. 누군가의 우산이 되어 줄 수 있는 그 아름다움이 아직도 힘들어하는 실종자와 유가족, 생존자 그리고 그 가족들에게 조그만 힘이 되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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