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뉴스] 아이에게 가르쳐준 전쟁과 평화, 고민할 수 있는 시간 가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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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144회 작성일 19-07-20 11:27본문
아이에게 가르쳐준 전쟁과 평화전쟁과 평화를 고민할 수 있는 시간 가져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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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윤이와 엄마의 생각 키우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
두 번째 이야기 – 전쟁과 평화
두 아이를 데리고 현충원과 전쟁기념관에 가게 된 것은 순전히 아빠 학교 과제 때문이었다. 수많은 현장 학습지를 두고 듣기만 해도 재미없을 것 같은 두 곳을 견학하고 난 후 생각한 바가 많았다. 윤이에게도 마음의 성장이 한번 이뤄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전쟁과 평화’라는 단어가 추상적이고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어려운 부분이지만 두 곳의 견학을 통해 아이가 전쟁과 평화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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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원을 방문한 윤이와 연이가 아빠와 평화로운 시간을 가지고 있다. ⓒ황유순 |
윤이에게는 전쟁기념관의 야외전시관에 있는 다양한 종류의 비행기들과 무기들이 가장 기억에 남았는지 견학 후에 한동안 전쟁놀이를 즐겨했다.
윤이 : (전투기 장난감을 가지고 날아다니다가 엄마에게 살짝 대며) 엄마, 전투기가 이렇게 했대.
엄마 : 전투기가 엄마 쏜 거야? 그럼 엄마 죽잖아.
윤이 : (좀 고민하다가) 전투기가 엄마 쏘고 갔대. 살짝 해서 안 죽었대.
장갑차. 장갑차. (장갑차를 가지고 놈.)
엄마 : 장갑차는 뭐하는 거야?
윤이 : 장갑차는 이렇게 쏜대.
엄마 : 어디에?
윤이 : 바다에다가. 물고기가 없는 바다에.
덤프트럭. 전투기 싣고 가려고. 자 이제 전쟁기념관으로 가볼까? (덤프트럭에 전투기 싣고 운전함.)(윤이 42개월 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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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기념관 야외전시관에 있는 자주포를 보고있는 윤이(왼쪽), 전쟁기념관을 방문한 후 전쟁놀이를 하고 있는 윤이(오른쪽). ⓒ황유순 |
전쟁기념관에 가기 전부터 윤이는 뉴스를 통해 장갑차에 대해 알았다. 장갑차가 어떻게 가고 어떻게 쏘는지, 물위에서는 또 어떻게 가는지 수많은 질문을 던지던 윤이에게 자연스럽게 전쟁에 대해서도 말해줬다. 그러면서 『내가 만든 꿈의 지도』나 『거짓말 같은 이야기』 그림책을 통해 전쟁이 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말해주고 상상해보도록 했다. 처음엔 왜 전쟁을 빨간색으로 표현했는지, 왜 먹을 것이 없는지. 왜 집이 불타고 무너지는지…. 이해하지 못하던 윤이도 점점 이해하는 것이 보였다.
전투기에 맞으면 엄마가 죽는다고 하니까 고민하다가 살짝 해서 안 죽었다고 말하는 것과 장갑차가 포를 바다에 쏘았지만 물고기가 없는 바다에 쐈다는 것을 들으면서 윤이가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한 흔적은 분명 값어치가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현충일 날
엄마 : 윤아, 우리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신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어?
윤이 : 그림그려야지. 전쟁하다 돌아가신 분들에게 그림 그려 줄 거야.
엄마 : 왜?
윤이 : 전쟁하지 말고 예쁘게 마음을 가지라고.
엄마 : 우와 정말 멋진 생각인데.
윤이 : 하트 그렸어. 초록색으로. 사랑하라고. (윤이가 오늘 현충원에 가야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해 이야기를 나눈 후)
윤이 : 전쟁 맨날맨날 안하는 사람도 있어.
엄마 : 맞아. 평화롭게 지내는 사람도 많아.
윤이 : 그래서 노래를 불러줘야겠다. 전쟁하지 말라고. (윤이 44개월 당시)
윤이가 전쟁의 실상을 얼마만큼의 크기로 받아들였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예쁜 마음을 가질 것과 노래불러주기를 꼽았다. 아마도 노래를 부르는 것은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평소 노래를 좋아하는 윤이에게 평화로운 순간중 하나는 저절로 노래가 나오는 때일 듯싶다.
일주일에 저절로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때가 몇 번이나 있는지, 나는 얼마나 예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평화의 시작은 바로 내 마음속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임을 느낀 시간이었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