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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베이비 뉴스] 꼭 누운 자세로 아기 낳아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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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120회 작성일 19-07-19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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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누운 자세로 아기 낳아야 하나요? 

의사들이 출산 개입하면서 눕는 자세 도입돼
예부터 다양한 자세로 출산…임신부 선택 도와야  


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3-02-24 09:26:46

[연재] 한경훈 원장의 산수유(·授乳) 이야기

 

-문화와 한방으로 보는 임신·출산과 육아-

 

진통이 시작되면 서둘러 병원으로 가서, 침대에 누운 채로 오고 가는 통증을 견뎌 냅니다. 어렵사리 진통 간격이 좁아지고 아기의 머리가 다 내려오면 산모는 분만대에 올라가 등을 대고 드러누워 힘을 줍니다. 이때 산모의 두 다리는 적당한 높이와 각도로 받침대에 걸쳐져 사실상 고정되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흔히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고, TV 드라마에서도 연출되곤 하는 출산자세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에서 발견되는 내용으로 보나 출산생리적인 이득으로 보나, 이렇게 바로 누운 자세(앙와위)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습니다. 연구에 의하면 17세기(어떤 연구는 19세기라고 합니다.) 이후 서구사회에서 의사들이 출산에 개입하면서부터 앙와위가 도입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등을 대고 바로 누워있는 자세는 움직임이 적어 산모는 가장 수동적인 상태가 되고, 의사는 편안한 자세로 분만을 주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앙와위가 도입되기 전에는 어떤 자세로 아기를 낳았을까요? 문화에 따라 특정한 자세로 의례화된 곳도 있지만 대개는 출산과정에서 필요에 따라 자세를 바꿀 수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자세가 있습니다. 쪼그려 앉아서 낳거나 일어서서 살짝 구부린 채 기둥이나 다른 사람을 잡고 낳기도 했습니다. 네발로 엎드려 낳는 자세(흉슬위)나 옆으로 누운 자세도 가능했습니다. 좌변기 모양처럼 가운데가 뚫려 있는 출산용 의자(birth chair)는 고대 이집트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에서 여러 형태로 발견됩니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1945년 이전에 결혼해 출산한 우리의 할머니 세대에게 질문한 결과 전체 118건 중 누워서 낳은 경우는 38건에 불과했습니다. 이외에는 앉아서’, ‘팔을 딛고 엎드려’, ‘무릎 꿇고 앉아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앉아서 사람이나 문지방을 잡고’, ‘웅크리고 옆으로 누워’, ‘이불이나 바구니를 안고 엎드려’, ‘쪼그리고 앉아서등 다양한 자세로 낳았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자세는 문화적인 학습인 동시에 몸이 순조로운 출산을 위해 자연스럽게 적응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직립자세(upright position: 바로 눕거나 옆으로 눕는 자세를 제외한 위에서 언급한 여러 자세)가 진통시간을 단축시키고 회음절개의 비율을 줄이며 신생아의 심박동수 이상을 줄여주는 등, 산모와 아기에게 유익한 자세임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 자세에서는 아기의 진행방향과 중력방향이 일치하고 임신부가 골반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어, 통증은 줄이면서도 출산 진행을 돕기 때문입니다. 다만 출혈양은 다소 높아질 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산모에게 문제가 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이러한 연구 결과와 함께 출산에 대한 임신부의 주체적 의식이 생겨나면서 전통적인 출산 자세가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프리스타일 분만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분만실 한 편의 다다미 위에서 출산하기도 하고, 분만대 위에서라도 다양한 자세를 허용하는 병원이 생겼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유래한 그네분만도 좌식분만의 하나로 직립자세의 이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수중분만' 역시 따뜻한 물이 주는 이완효과와 더불어 산모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통해 출산의 진행을 돕는 의미가 있습니다.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신체의 기술(1935)에서 눕는 자세가 다양한 다른 자세에 비해 정상적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고 하면서, 어느 사회이든 산모나 보조자들 나름의 독특한 테크닉이 있다고 말합니다. 물론 바로 눕는 자세 또한 하나의 테크닉일 수 있고, 때로는 다른 자세보다 유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산의 주체가 엄마와 아기임을 기억한다면, 다양한 출산의 자세와 각각의 장단점을 임신부에게 알려주고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좋겠습니다.

 

 

 

*칼럼니스트 한경훈은 한의사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첫째를 조산원에서 맞이하면서 출산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둘째는 살던 집에서 감격스런 가정분만을 경험했다. 현재는 출산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한양대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 입학해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산수유는 친근한 한약재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출산, 행복한 모유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같은 이름의 칼럼을 시작했다.  

현재 안산 산수유한의원 원장, 국제인증수유전문가,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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