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뉴스] 자라는 아이들에게 요리활동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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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274회 작성일 19-07-20 10:53본문
[연재] 윤이와 연이의 행복한 하루 - 엄마와 함께하는 탐색과 놀이
여섯 번째 놀이 - 요리활동
둘째가 태어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아직 두 돌이 안 된 첫째에게 간식과 밥을 해주는 일이었다. 둘째가 잠만 들면 간식을 만들고 식사를 준비하기에 바빴다. 그러다 언젠가 부터는 첫째와 함께 요리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둘째도 점점 참여하게 되었다. 항상 쫓기듯이 준비하던 요리가 이젠 함께하는 즐거운 활동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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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썰은 단호박 조각을 윤이가 말리려고 펼치다가 귀를 만들었다. (왼쪽, 36개월 당시) 윤이가 버섯볶음을 위해 플라스틱 칼로 버섯을 썰고 있다. (오른쪽, 32개월 당시) ⓒ황유순 |
요리활동은 아이들에게 아주 훌륭한 과학 활동이다. 요리재료를 오감을 통해 탐색함으로써 관찰, 비교, 분류, 측정, 예측 등 과학적 탐구의 기회를 갖게 되고 조리과정 중 물리적, 화학적 변화도 직접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맛보기를 통해 그 즐거움은 최고조로 달하기에 적극적이고도 흥미로운 과학 활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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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가 믹서로 갈아 만든 딸기 우유를 마시고 있다.(27개월 당시) 윤이가 사과를 썰어 넣어 만든 새콤달콤 오미자 화채를 먹고 있다.(33개월 당시) 윤이와 연이가 쑥버무리 떡 케잌 냄새를 맡고 있다.(연이 18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 재료탐색하기
윤이는 엄마가 요리를 준비할 때 마다 싱크대 앞 발받침에 올라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늘 관찰하며 “제가 할래요”를 외쳤다. 손을 이용하여 물에 여러 가지 재료를 씻으며 양배추의 울퉁불퉁함, 새송이 버섯의 매끄러움, 오이의 오돌토돌함을 직접 손으로 느꼈다.
재료를 썰면서는 단단한 것과 무른 것을 비교하고 꽈리 고추 꼭지는 어떻게 해야 잘 떨어지는지, 버섯은 썰기도 하고 찢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험하였다. 또한 떡볶이 떡을 떼면서는 왜 떡이 서로 붙어 있는지 궁금해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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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가 호박볶음에 넣을 호박을 플라스틱 칼로 썰고 있다.(왼쪽, 32개월 당시) 윤이가 말리려고 널어놓은 단호박을 관찰하고 있다. (가운데, 36개월 당시) 오이김치를 담으려고 엄마와 함께 썬 오이를 손으로 만지고 있다.(오른쪽, 28개월 당시) ⓒ황유순 |
특히, 딸기를 썰 땐 겉과 안이 다른 색깔을 하고 있다는 것과 딸기 씨가 밖에 있음을 발견하였다. 그러면서 씨가 안에 있는 과일로 여름에 줄기차게 먹었던 복숭아, 당시 즐겨 먹고 있던 사과를 생각해 내었고 더 확장하여 “귤은 씨가 없는데...” 하며 씨 없는 과일 찾기에 나섰다. 윤이는 요리재료를 씻고 다듬고 자르면서 관찰을 통해 비교하고 분류하고 호기심을 갖게 되었다.
◇ 물리적, 화학적 변화 관찰하기
윤이가 처음 한 요리활동은 보리빵 만들기이었는데 반죽을 주걱으로 휘젓고 위로 떠올려 떨어지는 모양을 몇 번이나 반복하며 자세히 살펴보았다. 가루가 물과 만나 묽게 반죽된 화학적 변화와 주걱을 이용해 그 반죽을 떠올려 떨어뜨리는 물리적 변화를 신기해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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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가 보리떡 반죽을 퍼 올려 떨어뜨리고 있다. (22개월 당시) ⓒ황유순 |
요리는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함으로써 물리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재료를 믹서로 갈아 작아지거나 물이 되는 것을 보고, 체를 사용하면 밀가루나 쌀가루의 부피가 더 커지고 고와진다는 것을 경험한다. 이밖에도 절구, 거품기, 손 반죽 등을 통한 물리적 힘이 재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관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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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절구로 쑥버무리 케이크에 넣을 쑥을 빻고 있다.(18개월 당시) 윤이가 주걱을 세워 쿠키반죽을 하고 있다.(32개월 당시) 윤이가 멥쌀가루를 체 치며 떨어진 가루를 관찰하고 있다. (39개월 당시)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윤이가 좋아하는 주스 중의 하나는 오미자 주스이다. 오미자 주스를 만들면서는 어떤 오미자는 뜨고, 어떤 오미자는 가라앉는지 궁금해 하였고 점점 연한 빨강에서 빨강으로 변하는 물 색깔을 지켜보며 왜 색깔이 변하는지도 같이 탐구해 보았다. 오미자가 물과 만나 일으키는 화학적 변화에 큰 호기심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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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가 병에 오미자를 넣고 있다. (18개월 당시) 윤이가 물에 넣은 오미자가 뜨고 가라앉은 것을 관찰하고 있다. 오미자를 넣은 물이 점점 변화하는 것을 관찰하고 있다. (39개월 당시)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 요리책 활용하기
아토피가 심했던 윤이를 위해 거의 모든 간식을 집에서 만들어 먹였다. 밀가루를 멀리하다 보니 떡과, 제빵용 쌀가루로 쿠키 만들기를 시도하게 되었다. 책을 구입하여 열심히 보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윤이와 연이까지 떡 책과 쿠키 책을 좋아하게 되었다. 윤이는 사진을 통해 떡이름과 쿠키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혔고 엄마보다 더 열심히 봐 책이 너덜너덜 해졌다.
윤이가 좀 크고 나서는 『고사리손 요리책』을 선물해 주었다. 윤이는 그 책을 통해 쫀득쫀득, 알록달록, 오돌토돌, 노릇노릇 등의 다양한 어휘를 익혔다. 또한 날마다 오늘 해먹을 요리를 엄마에게 정해 준 후 재료가 모두 있는지 확인하고 요리순서를 옆에서 말해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이는 여러 가지 돌을 이용하여 직접 책을 보며 재료를 넣어 혼자 요리놀이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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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가 떡 책을 보며 떡 이름을 묻고 있다.(31개월 당시) 윤이가 고사리손 요리책을 보며 통에 담긴 작은 돌에 책에 나온 재료를 넣고 있다.(37개월 당시) 연이가 쿠키 책을 넘겨보고 있다.(10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황유순 |
◇ 점토로 표현하기
윤이는 점토놀이를 하면서 그동안 엄마와 함께한 요리활동을 표현하였다. 쿠키, 부침개, 쫀득쫀득 감자전, 김과자 등 엄마와 함께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모양을 만들고 재료도 기억하여 넣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쫀득쫀득 감자전에는 당근과 호박을 올리는 것까지 섬세하게 표현하였다. 요리의 경험을 점토로 표현하면서 상상놀이도 하고 요리의 순서, 재료들도 되 집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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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가 엄마와 함께 만들었던 쫀득쫀득 감자전을 점토로 만들며 당근과 호박도 점토 알갱이로 표현하여 올리고 있다. (34개월 당시) ⓒ황유순 |
윤이, 연이와 함께 요리활동을 하며 엄마는 시름도 덜고, 아이들에게는 요리가 즐겁고 행복한 것임을 새겨줄 수 있었다. 요리를 하다보면 엎고 흘리고 주변이 지저분해 지는 일이 다반사라 신경이 곤두 서는 날도 있다. 하지만 요리과정 중에 나타나는 두 아이의 미소와 호기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을 가라앉히게 된다.
요리의 전 과정에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주고 더불어 요리과정 중 일어나는 과학적 탐구활동에 엄마와의 활발한 의사소통도 더해진다면 요리의 흥미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맘 놓고 즐기고, 맘껏 과학적 경험을 할 수 있는 요리활동에 부담을 떨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해를 돕고자 활동사진을 첨부하고 연령을 표기하였으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발달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윤이와 연이의 놀이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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