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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베이비 뉴스] 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동그라미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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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163회 작성일 19-07-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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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동그라미 놀이 

딱딱하고 틀에 박힌 도형놀이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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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2-12-13 09:31:16

[연재] 윤이와 연이의 행복한 하루 - 엄마와 함께하는 탐색과 놀이

 

네 번째 놀이 - 동그라미와 돌기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눈을 떠 보면 네모난 창문으로 보이는 똑같은 풍경. 네모난 문을 열고 네모난 테이블에 앉아….'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단적으로 표현한 가요다. 온통 네모로 가득 찬 이 세상, 경험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윤이는 네모보다 동그라미를 더 빨리 이해하고 좋아했다.

 

동그라미와 돌기 놀이는 윤이가 처음으로 흠뻑 빠져서 지속한 놀이였고 함께한 엄마에게도 의미심장한 놀이였다. 아이의 흥미에 맞춰 놀이를 진행하다 보니 놀이도 다양하게 확장되고 윤이가 놀이의 주인공이 돼 주도하게 됐다. 왜 교과서에서 흥미위주 교육의 중요성을 그토록 강조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준 놀이였다.

 

◇ 동그라미 탐색하기

 

윤이에게 놀이를 위해 제일 먼저 선물한 것은 크기가 다른 원을 세로로 끼워서 탑처럼 쌓는 교구였다. 작은 원을 한 두 개씩 끼울 무렵, 우연히 옆에 있던 5cm 스카치테이프 위에 원을 올려놓는 놀이를 하게 됐다. 윤이가 처음 도형에 관한 놀이를 지속해 시도한 순간이었다.

 

 

윤이가 5cm 스카치테이프 위에 크기가 다른 원을 올려 놓고 있다. 11개월 당시. ⓒ황유순
윤이가 5cm 스카치테이프 위에 크기가 다른 원을 올려 놓고 있다. 11개월 당시. ⓒ황유순

 

 

그 이후 난 윤이에게 원에 대한 개념을 가르쳐 주기위해 몸으로 직접 느낄 수 있는 놀이를 제공했다. 주차장에 ‘소방차 전용’이라는 글씨의 ㅇ(이응)에 들어가면서 “짜잔”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윤이는 금방 따라했고 다음날은 먼저 놀이를 시도했다. 그리고 조금씩 익숙해지자 놀이를 주도하게 됐고 엄마와 교대로 서로 다른 ㅇ에 달려 들어가기도 했다.

 

점점 놀이는 확장돼 맨홀뚜껑이나 동그라미 모양으로 젖은 땅위에까지 “짜잔”하며 들어갔다. 미술관 바닥에 입구와 출구를 표시한 3개의 동그라미에서는 아빠까지 참여해 서로 위치를 바꾸며 다른 동그라미로 이동했다. 윤이는 이렇게 신체를 이용해 안과 밖이라는 개념을 익히고 있었다.

 

 

연이가 미술관 바닥에 있는 입출구 표시 동그라미에 번갈아 “짜잔”하며 들어가고 있다. 13개월 당시. 윤이가 소방차 전용 글씨의 o(이응)에 들어가 있다. 12개월 당시. 연이가 맨홀 뚜겅 위에 올라가 있다. 14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연이가 미술관 바닥에 있는 입출구 표시 동그라미에 번갈아 “짜잔”하며 들어가고 있다. 13개월 당시. 윤이가 소방차 전용 글씨의 o(이응)에 들어가 있다. 12개월 당시. 연이가 맨홀 뚜겅 위에 올라가 있다. 14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동그라미 만들고 들어가기

 
윤이가 17개월 쯤 됐을 때, 본격적인 도형 놀이를 위해 마련한 놀이감은 조그만 돌들이었다. 아직 실외놀이를 하기엔 추웠고 실내에서도 대근육 발달을 위해 약간의 동적인 놀이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였다. 주로 동그라미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고 나오거나 동그라미 주위를 빙빙 도는 놀이를 했다. 작은 돌들은 마음대로 만들고 담고 뿌리고 옮기며 놀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윤이가 장난감을 입에 물거나 빠는 일도 거의 없었던 시기여서 안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엔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도 쉽지 않았다. 자꾸 구슬을 건드려 모양을 흐트러뜨리고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놀이가 진행될수록 균형감각을 기르고 조그만 동그라미에도 잘 들어갈 수 있었다. 여러 개의 동그라미를 만들어 소방차전용 글씨에서 놀았던 것처럼 엄마와 서로 다른 동그라미에 교대로 옮겨 가기도 했다.

 

 

아크릴 돌로 만든 원에 들어가 앉아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아크릴 돌로 만든 원에 발만 넣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색돌과 아크릴 돌로 만든 원에 손과 발을 넣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아크릴 돌로 만든 원에 들어가 앉아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아크릴 돌로 만든 원에 발만 넣으려고 시도하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색돌과 아크릴 돌로 만든 원에 손과 발을 넣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동그라미 주위를 돌기


윤이와 다양한 구슬, 마카로니, 종이가루 등을 이용해 원을 만들어 빙빙 돌기를 하루에도 수십 번, 엄마는 노래를 만들어 불러줬고 다양한 동작으로 걷기를 보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처음엔 돌기가 익숙지 않아 자꾸 엉덩방아를 찧으면서도 오뚝이처럼 일어나 돌기를 반복했다. 눈만 뜨면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끼끼끼~(점토를 길게 늘여 동그라미를 만든 경험 후 동그라미를 끼라고 표현했다)라고 말하며 동그라미를 만들라는 도윤이의 모습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노래를 부르느라 목이 아팠던 생각에 안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때론 엄마나 아빠가 원 속에 들어가 있어야 했고 뒷짐을 지고 돌기도 했다. 노래를 부르며 돌다가 멈추기도 하고 쪼그리고 앉아 돌기도 하고 천천히, 빨리 돌기도 했다. 어느새 윤이는 놀이의 주인이 돼 엄마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윤이가 동그라미 안에 아빠를 들어가게 한 후 “끼끼끼” 라고 말하며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돌고 있다. 18개월 당시. 동그라미 안과 밖에 여러 가지 사물을 놓고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뒷짐을 지고 동그라미 주위를 돌고 있는 윤이. 19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윤이가 동그라미 안에 아빠를 들어가게 한 후 “끼끼끼”라고 말하며 양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돌고 있다. 18개월 당시. 동그라미 안과 밖에 여러 가지 사물을 놓고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뒷짐을 지고 동그라미 주위를 돌고 있는 윤이. 19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다양한 기준점을 만들어 돌기

 

엄마와 동그라미를 만든 후 돌기에 익숙해진 윤이는 스스로 다양한 기준점을 만들어 돌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그랗게 생긴 것을 기준점으로 삼아 돌다가 점점 동그랗지 않은 것을 놓고 돌기도 하고 기준점을 두 개 만들어 돌기도 했다.

 

 

장난감 말에 곰돌이 인형을 태운 후 그 주위를 돌며 “뿡”이라고 말하며 방귀뀌는 흉내를 내는 윤이. 18개월 당시. 바닥에 스티커 두 개를 붙이고 돌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바닥에 공을 놓고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장난감 말에 곰돌이 인형을 태운 후 그 주위를 돌며 “뿡”이라고 말하며 방귀뀌는 흉내를 내는 윤이. 18개월 당시. 바닥에 스티커 두 개를 붙이고 돌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바닥에 공을 놓고 그 주위를 돌고 있는 윤이. 17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특히, 윤이는 끼우는 원의 도는 속성을 이용한 놀이를 생각해 내었는데 동그라미 하나를 엄마에게 돌리게 한 후 돌 때 까지 계속 돌았고 돈 동그라미는 일렬로 정렬해 놓았다. (아빠가 평소에 동그라미를 세워 팽이처럼 돌렸던 것을 생각해내 적용한 놀이었다.)

 

 

동그라미를 세워 팽이처럼 엄마가 돌려주자 동그라미가 도는 동안 박수를 치며 돌다가 다 돈 동그라미는 일렬로 정렬한 윤이. 18개월 당시. ⓒ황유순
동그라미를 세워 팽이처럼 엄마가 돌려주자 동그라미가 도는 동안 박수를 치며 돌다가 다 돈 동그라미는 일렬로 정렬한 윤이. 18개월 당시. ⓒ황유순

◇ 돌기 - 기쁨과 만족의 표현

 

 

돌기는 윤이에게 기쁨의 표현, 성취감의 표현이기도 했다. 블록을 높게 쌓아 놓고는 만족스러움에 아아아~ 노래를 부르며 블록주위를 돌기도 했고 만들기를 한 후 기쁨의 표현도 작품 주위를 빙빙 돌며 했다. 윤이는 동그라미를 단지 도형이 아닌 기쁨과 만족의 또 다른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윤이가 들풀과 나뭇잎으로 큰 해님을 만든 후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왼쪽). 35개월 당시. 블록을 높이 쌓은 후 그 주위를 소리 내며 돌고 있다. 15개월 당시 (오른쪽) ⓒ황유순
윤이가 들풀과 나뭇잎으로 큰 해님을 만든 후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왼쪽). 35개월 당시. 블록을 높이 쌓은 후 그 주위를 소리 내며 돌고 있다(오른쪽). 15개월 당시. ⓒ황유순

 

 

동그라미를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고 그 주위를 빙빙 돌며 윤이가 원의 개념을 익혔던 것처럼 기존의 딱딱한 도형놀이에서 벗어나 온몸으로 느끼고 체험하는 도형놀이를 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다음 칼럼은 윤이가 더 다양한 도형을 탐색하며 어떻게 놀이하고 스스로 만들게 됐는지 그 과정에 대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해를 돕고자 활동사진을 첨부하고 연령을 표기했으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발달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윤이와 연이의 놀이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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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칼럼니스트 황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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