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뉴스] '내 마음을 읽어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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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237회 작성일 19-07-20 11:27본문
'내 마음을 읽어줘!'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기아이를 위한다는 생각이 실제로는 어른을 위한 것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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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윤이와 엄마의 생각 키우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
세 번째 이야기 – 내 마음을 읽어 줘!
지난 주말에 윤이의 큰아빠가 방문하였다. 윤이는 눈뜨자마자 “큰아빠는?” 하며 묻더니, 하루 종일 큰아빠 언제 오는 거냐며 애타게 기다렸다. 전화를 몇 번이나 하면서 출발했는지, 와서 저녁을 먹을 건지, 한밤자고 갈 건지 등 궁금한 것도 물어보았다.
저녁이 지나서야 두 큰 아빠가 집에 도착했다. 오송 큰아빠는 윤이가 좋아하는 과일을 듬뿍 사오고 시흥큰아빠는 큰엄마가 준비해준 선물을 가지고 오셨다. 윤이가 선물을 뜯는 사이 큰아빠들과 아빠, 엄마는 큰 소리로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윤이도 큰아빠 옆에서 음식을 먹으며 즐기는가 싶더니 곧 지루한지 오송 큰아빠에게 계속 놀아 달라고 떼를 썼다. 그래서 잠시 큰엄마가 준 선물인 모자를 써보며 멋도 내 보고 사진도 찍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마침 카드도 있길래 뭐라고 썼는지 읽어달라고 모두들 부탁을 했다.
윤이 : (고민을 좀 하더니) 마음으로 읽어야지!
단호하게 외치는 대답이 나왔다. 그 순간에는 그냥 읽기 싫었나보다 하고 단순하게 넘겼다가 다음날 윤이에게 자세하게 물어보았다.
엄마 : 윤아, 왜 어제 큰아빠가 카드 읽어 달라고 했을 때 “마음으로 읽어야지!”하고 말했어?
윤이 : 사람들이 웃으면서 박수치면 안 들리니까.
엄마 : 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윤이 : 봐봐. (어른들이 박수치며 웃었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며) 이렇게 하하하 웃으면서 박수치면 안 들리니까 마음으로 읽을지, 마음으로 안 읽을지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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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엄마에게 선물 받은 모자(위)와 카드(아래). ⓒ황유순 |
윤이의 대답을 들으면서 순간 머릿속에 퍼뜩 떠오른 생각은 ‘아…. 윤이가 속상해서 그런 거였구나!’였다. 부랴부랴 “큰아빠랑 엄마, 아빠만 신나게 얘기하며 놀아서 윤이가 속상했구나”라고 말했다. 윤이는 고개를 끄떡였다. 애타게 기다렸던 큰아빠가 놀아주지는 않고 박수치며 크게 웃기만 하니 싫었던 것이었다. 게다가 어른들끼리 신나게 놀다가 놀아달라니까 그제 서야 선물 받은 모자 씌우며 놀아주는 척 하고 카드나 읽어보라니 기분이 상한 것은 당연했다. 윤이가 “마음으로 읽어야지”라고 말한 것은 내 마음을 읽어달라는 외침이었다.
연말이기에 윤이 아빠도 송년모임을 많이 계획하였다. 대부분을 집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은 그래도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윤이도 즐거워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며 계획한 것인데 엄마, 아빠의 생각이 짧았다. 단순히 함께 있는 것만으로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윤이는 어른들끼리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엄마인 나는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대화에 윤이가 방해될까봐 적당히 TV를 보여주며 시간을 보내려고까지 했었는데 윤이와 대화하며 부끄러웠다.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아이를 위한다는 생각들이 실제로는 어른을 위한 것들이 많다. “난 어른들하고 집에 놀러온 사람하고 놀고 싶었어”라는 윤이와의 마지막 대화를 들으며 윤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윤이입장에서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 미안한 하루였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