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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베이비 뉴스] 별걸 다 기억하는 아이 대화할 때 아이의 감정도 함께 읽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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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220회 작성일 19-07-2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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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걸 다 기억하는 아이 

대화할 때 아이의 감정도 함께 읽어야 

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3-10-28 16:37:47

[연재] 윤이와 엄마의 생각 키우기 - 아이와 엄마가 함께 성장하는 대화

 

첫 번째 이야기 별걸 다 기억하는 윤이

 

엄마와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한 윤이는 대화를 통해 생각을 많이 키웠다. 대화하는 동안에는 윤이의 생각만 키운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더불어 엄마인 나의 생각도 커가고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엄마도 한 단계 더 성숙의 길로 접어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번 칼럼은 엄마와 윤이의 대화내용을 통해 윤이의 생각과 더불어 엄마의 생각과 마음도 얼마나 깊어지고 있는지 공유해 보고자 한다.

 

윤이는 문장을 말하면서 말을 잘 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을 귀 기울여 들었다. 가끔은 엄마나 아빠, 할머니가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 것을 기억해 말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랄 때가 많았다.

 

윤이 : (간식으로 호박 고구마 칩을 먹으며) 꿀단지 달아. 고구마과자 달아.

 

엄마 : , 그래서 엄마랑 안 사먹기로 했지.

 

윤이 : 홍성 할머니가 고구마과자 먹었어. 그래서 너무 달아 했어. (32개월 당시)

 

홍성할머니가 며칠 윤이와 함께 지내면서 고구마 과자를 드실 때 너무 달다고 했던 말이 호박 고구마 칩 과자를 먹으며 떠오른 것이다. 할머니가 드신 과자와 윤이가 먹고 있던 과자는 다른 종류였지만 둘 다 고구마가 들어있어 생각난 모양이다.

 

윤이가 대화 나누는 상대의 말도 잘 기억했지만 다른 사람의 혼잣말, 특히 엄마의 혼잣말을 잘 기억했다.

 

윤이 : (베란다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이름 하나씩 물어 보더니 병들은 선인장을 보고) 이거 죽었어.

 

엄마 ? ?

 

윤이 : (무슨 뜻인지 몰라서 몇 번 계속 물어보자 죽은 화분을 가리키며) 이것처럼 죽었어.

 

엄마 : ... 죽은 게 아니고 병들은 거야. (32개월 당시)

 

윤이에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황유순
윤이에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 물을 주고 있다. ⓒ황유순

 

 

전날 윤이와 베란다에 나와서 식물들을 살펴보았다. 물도 주고 죽은 식물도 있어서 왜 죽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가 병든 선인장을 만지면서는 왜 검은 점이 생기며 병들어 가는지 혼잣말로 속상해 하며 중얼거렸었는데 그걸 죽었다는 말로 대체하여 표현한 것이다. 엄마가 평소에 베란다에 나와 식물에 물도 주고 가지치기도 해주고 잎도 닦아주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식물을 사랑하는지 윤이는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신문에서 기름 값 글씨를 찾고--- 윤이와 엄마는 신문에서 단어 찾기 놀이를 자주 했었다.)

 

윤이 : 홍성 할머니네에서 아니, 조치원 할머니네에서 기름 값 했어요? (33개월 당시)

 

윤이가 신문에서 엄마가 불러주는 단어를 찾고 있다. ⓒ황유순
윤이가 신문에서 엄마가 불러주는 단어를 찾고 있다. ⓒ황유순

 

 

해마다 홍성할머니가 조치원할머니 갖다 주라고 손수 농사지은 깨로 기름을 짜서 주시는데 엄마가 깜박하고 기름 값을 안 드리고 왔다며 돌아오는 차안에서 안타깝게 이야기했었다. 그 걸 조용히 듣고 며칠 후 신문에 나온 기름 값을 보고 생각해 낸 것이다.

 

윤이와의 대화를 되돌아 생각해 보니 잘 듣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말만 잘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감정까지도 파악하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아마도 엄마가 선인장이 병들어 가고 있는 것을 보며 얼마나 속상해하는지, 할머니에게 드렸어야 하는 것을 못 드리고 온 안타까움이 얼마나 큰지 윤이는 공감하고 있었던 것 같다. 혼잣말에 녹아있는 엄마의 속상함, 안타까움이 윤이에게 전달된 것이다.

 

아이를 잘 이해하고 싶다면 아이들과 대화할 때 말에만 집중하지 말고 아이의 감정상태도 한 번 되집어 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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