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원장님 칼럼

[베이비 뉴스] 탐색과 도전, 발견과 기쁨의 공간 '실외놀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산수유한의원 조회444회 작성일 19-07-19 20:00

본문

탐색과 도전, 발견과 기쁨의 공간 '실외놀이'

자연과 교감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만들어가기
베이비뉴스, 기사작성일 : 2012-11-12 16:13:17

[연재] 윤이와 연이의 행복한 하루 - 엄마와 함께하는 탐색과 놀이

 

윤이 : “아, 좋다. 구름이 멋지다. 구름이 이렇게 쭉~ 생겼어.”

 

엄마 : “어, 구름이 숫자 일(1)처럼 생겼네. 그런데 뭐가 좋아?”

 

윤이 : “기분이. 기분이 좋아.”

 

산책을 나온 윤이가 가을 하늘과 공기를 느끼며 내뱉은 말이다. 윤이의 말을 들으며 내심 기뻤다. ‘아, 이제 네 스스로 자연과 교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두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바로 실외놀이 때문이다. 기관에 보내게 되면 바쁜 하루일과 중 실외놀이를 여유 있게 그것도 매일 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이다. 매일 산책을 하며 맘껏 뛰고 사계절의 변화와 곤충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가슴에 심어주고 싶었다.

 

실외놀이는 대근육 발달과 동물과 식물, 자연현상을 직접 관찰하고 탐구할 수 있는 보물창고이다. 그리고 또래, 형, 동생 등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이기도 하다. 때문에 신체발달과 인지, 정서, 사회성 발달 등 전인적 발달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난 이 중에서도 정서발달을 위한 산책에 가장 초점을 두어 실외놀이를 했다.

 

산책길에 처음만난 친구 등에 간질간질을 하고 있다. 연이 15개월 당시.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형이 실내화 가방을 내렸다 올렸다 하며 윤이와 놀아주고 있다. 윤이 36개월 당시. 근처 대학교정에서 윤이가 앉아있던 연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고 있다. 윤이 35개월 당시. 연이 14개월 당시. 실외놀이는 사회적 기술도 활발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산책길에 처음만난 친구 등에 간질간질을 하고 있다. 연이 15개월 당시. 놀이터에서 처음 만난 형이 실내화 가방을 내렸다 올렸다 하며 윤이와 놀아주고 있다. 윤이 36개월 당시. 근처 대학교정에서 윤이가 앉아있던 연이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고 있다. 윤이 35개월 당시. 연이 14개월 당시. 실외놀이는 사회적 기술도 활발하게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산책

 

두 아이가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날씨만 허락한다면 무조건 산책을 나갔다. 산책의 장소는 아파트 주변에서부터 놀이터, 공원, 대학교정 등 산책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갔다. 한 번 나가면 1시간은 기본 거의 2시간씩 놀다가 집으로 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윤이는 혼자서 거뜬히 걸어 다녔고 나뭇가지, 나뭇잎, 돌, 모래, 풀 등 모든 자연물을 가지고 놀았다. 걷다가, 뛰다가 이따금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고... 가끔 간식이나 식사를 챙겨가 먹을 때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산책길이 됐다.

 

매일 밤, 잠자리에 누워 “내일은 뭐 하고 놀까?”라고 물으면 윤이는 어김없이 “산책”이라고 말할 정도로 너무나 즐거워했다.

 

연이가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아빠와 함께 대학교정을 한 바퀴 돌고 있다. 14개월 당시. 공원을 산책 후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다. 연이 12개월 당시. 윤이가 외가댁 뒷산에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다. 31개월 당시. 산책 후 대학교정 잔디밭에 앉아 행복한 점심을 기다리고 있다. 윤이 31개월 당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연이가 자전거 뒷좌석에 앉아 아빠와 함께 대학교정을 한 바퀴 돌고 있다. 14개월 당시. 공원을 산책 후 벤치에 앉아서 잠시 쉬고 있다. 연이 12개월 당시. 윤이가 외가댁 뒷산에 올라갔다 내려오고 있다. 31개월 당시. 산책 후 대학교정 잔디밭에 앉아 행복한 점심을 기다리고 있다. 윤이 31개월 당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동식물과 사물, 사람 관찰하기

 

산책을 하다보면 다양한 동물과 식물을 만난다. 산책 나온 강아지를 졸졸 따라다니고 까치, 비둘기 소리에 귀 기울이며 두리번두리번 찾아보기도 한다. 때론 마른 땅을 힘겹게 기어가는 지렁이를 촉촉한 땅에 옮겨 주기도 하고 우연히 만났던 매미, 콩 벌레를 또 만나지는 않을까 두근거리며 기다리기도 한다. 민들레 홀씨를 불고 토끼풀로 팔찌를 만들고 강아지풀로 간지럼 칠하고 길가에 난 들풀들을 만지고 뜯고 냄새 맡는다.

 

이처럼 사계절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동식물과의 만남에 아이들은 호기심을 갖고 오감을 이용해 관찰하며 탐구능력을 기른다. 이는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의 순환과정을 경험하는 기초가 된다.

 

동식물 외에도 산책하며 듣는 다양한 소리와 사람, 사물 또한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숫자를 좋아한 윤이는 매일 편지함에 머물며 아파트 호수를 읽었고 우편 배달부나 쓰레기 수거차를 만나면 한참을 집중해 관찰하곤 했다.

 

가로수 밑에 자란 강아지풀을 만져보고 있다. 연이 13개월 당시.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윤이 35개월 당시.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를 쳐다보고 있다. 연이 15개월 당시. 나무 위를 덮고 있는 철구조물 무늬를 보고 이(2), 오(5)라고 말했다. 윤이 25개월 당시. 민들레 홀씨관찰하기. 윤이 18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가로수 밑에 자란 강아지풀을 만져보고 있다. 연이 13개월 당시. 지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 윤이 35개월 당시. 산책하다 만난 강아지를 쳐다보고 있다. 연이 15개월 당시. 나무 위를 덮고 있는 철구조물 무늬를 보고 이(2), 오(5)라고 말했다. 윤이 25개월 당시. 민들레 홀씨관찰하기. 윤이 18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 대근육 활동

 

유치원 교사 시절에 실외놀이터에 아이들과 함께 나오면 소리를 꽥꽥 지르며 머리가 땀에 다 젖도록 뛰어다니며 노는 아이들을 볼 때 마다 ‘너희들은 지금 이시간이 가장 행복하구나!’ 라고 느끼곤 했다. 성인의 간섭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은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요즘엔 아파트 놀이터 마다 복합놀이대가 잘 설치돼 있어서 그 안에서 오르고 내리고 건너며 다양한 운동기술을 사용한다. 또한 놀이기구 중심으로 숨기, 잡기 놀이를 하며 달리기, 뛰기도 병행한다. 이러한 운동기술을 사용은 전신의 균형 있는 발달과 근육발달을 통해 신체적 건강에 도움을 준다.

 

맘껏 빈손으로 뛰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은 동물흉내, 숨바꼭질, 잡기놀이 등의 신체놀이나 자전거, 카트, 유모차 등을 이용해 밀고 끄는 활동도 굉장히 좋아한다. 따라서 정해진 놀이터만 고집하지 말고 신체놀이와 탈것 등도 충분히 활용해 대근육 활동을 다양하게 하는 것이 좋다.

 

공원 지압길을 따라 남매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윤이 35개월, 연이 14개월 당시. 윤이와 연이가 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윤이 36개월, 연이 15개월 당시. 윤이가 시장 카트를 끌며 달리고 있다. 윤이 26개월 당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실외놀이는 다양한 대근육을 사용하게 하여 신체적 건강과 균형 있는 발달을 돕는다. ⓒ황유순
공원 지압길을 따라 남매가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다. 윤이 35개월, 연이 14개월 당시. 윤이와 연이가 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윤이 36개월, 연이 15개월 당시. 윤이가 시장 카트를 끌며 달리고 있다. 윤이 26개월 당시 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실외놀이는 다양한 대근육을 사용하게 해 신체적 건강과 균형 있는 발달을 돕는다. ⓒ황유순

 

◇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

 

윤이가 산책을 나와 가장 좋아하는 놀이 중의 하나는 모래놀이와 나뭇잎, 나뭇가지, 솔방울, 돌, 흙을 만지며 노는 것이다. 처음 모래놀이를 시작했을 때 윤이는 모래를 손과 삽으로 퍼서 나무에 뿌려주었다. 물이라고 하면서... 그렇게 모래로 나무를 키웠다. 삽으로 모래가 많이 퍼지면 “우와~” 하며 기뻐했고 모래를 미끄럼틀에 태워주며 미끄러져 내려가는 모습에 즐거워했다. 가을이면 무수히 떨어진 나뭇잎을 모아 모래 속에 고이 파묻어 주기도 했다.

 

윤이가 맞이한 두 번째 가을에 낙엽들을 모아 쌓기도 하고 만들기도 하는데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자꾸만 나뭇잎들이 날아가 버렸다. 그래서 엄마와 함께 돌을 나뭇잎 위에 올려놓아서 만들기를 완성할 수 있었다. 세 번째 가을에 도윤이는 그걸 기억해 스스로 자연스럽게 실행하고 있었다.

 

나뭇잎 기차를 운전하고 있는 윤이. 36개월 당시. 삽으로 모래를 퍼서 나무에게 주고 있다. 25개월 당시. 엄마와 함께 나뭇잎을 이어 놓으며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돌을 올려놓았다. 25개월 당시. 나뭇가지로 장단을 치며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다. 36개월 당시. 태풍이 지나간 후 부러지고 떨어진 나뭇가지, 나뭇잎, 솔방울을 이용해 꽃밭을 만들었다. 34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나뭇잎 기차를 운전하고 있는 윤이. 36개월 당시. 삽으로 모래를 퍼서 나무에게 주고 있다. 25개월 당시. 엄마와 함께 나뭇잎을 이어 놓으며 바람에 날아가지 말라고 돌을 올려놓았다. 25개월 당시. 나뭇가지로 장단을 치며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있다. 36개월 당시. 태풍이 지나간 후 부러지고 떨어진 나뭇가지, 나뭇잎, 솔방울을 이용해 꽃밭을 만들었다. 34개월 당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황유순

 

시골에서 중학교까지 보낸 나는 자연친화적인 삶을 살았다. 봄에는 따스한 햇살아래 쑥과 씀바귀를 뜯고 여름에는 냇가에서 온 동네 아이들이 하루 종일 물놀이를 즐겼다. 가을에는 또래와 동네 야산에 올라가 도시락을 먹고 겨울에는 추위와 상관없이 밖에서 여럿이 한데 어울려 전래놀이를 하며 놀았다.

 

이처럼 자연과의 풍부한 교류와 함께 미취학부터 고등학생까지 함께 어울려 노는 공동체의 경험은 스스로 배우고 서로를 가르치는 학습의 기회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산업사회를 거치며 놀이공간이 실외에서 실내로 옮겨졌고 그만큼 자연과의 풍부한 교류도 공동체의 경험도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실외놀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고 실외놀이가 우리 아이들에게 탐색과 도전의 공간, 발견과 기쁨의 공간이 돼 현재, 미래의 생활을 좀 더 풍요롭게 도와주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 이해를 돕고자 활동사진을 첨부하고 연령을 표기했으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길 바랍니다. 아이들은 발달의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윤이와 연이의 놀이는 하나의 예일 뿐입니다.

 

 

*칼럼니스트 황유순은 덕성여대 유아교육과와 교육대학원에서 유아교육을 공부했다. 5년 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한 경력과 그동안 배운 지식을 총 동원하여 놀이를 통한 교육을 두 아이에게 실천하고 있다. 몸과 생각주머니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며 살고 있는 엄마이다. 

 

칼럼니스트 황유순(tuttle04@hanmail.net) 


TOP